남태평양 한가운데 외롭게 떨어진 작은 화산섬인 이스터섬에는 전 세계인을 매료시킨 거대한 수수께끼가 존재합니다. 바로 섬 전체에 퍼져 있는 약 900구의 거대한 석조 조각상인 '모아이(Moai)'입니다. 무게가 수십 톤에 달하고 높이가 수 미터에 이르는 이 거대한 돌조각들이 바퀴나 철기, 혹은 말과 소 같은 가축도 없던 고대 고립된 섬에서 어떻게 정교하게 조각되고 수 킬로미터 떨어진 해안가까지 이동할 수 있었는지는 오랜 세월 동안 인류학계의 거대한 난제였습니다. 초자연적인 존재의 개입이나 외계인 건설설 같은 자극적인 음모론이 난무했으나, 최근 고고학적 실험과 환경 과학의 정밀 조사를 통해 원주민들의 놀라운 지혜와 함께 문명의 비극적인 진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모아이 석상은 스스로 걸어서 이동했다는 전설의 실체
이스터섬 원주민들 사이에는 옛날부터 "모아이 석상이 스스로 걸어서 해안가까지 이동했다"는 기묘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초기 학자들은 이 전설을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했으나, 최근 미국 연구진의 실제 크기 모형 실험을 통해 이 전설이 과학적 사실에 기반했음이 증명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석상의 하단부를 앞으로 약간 기울어지게 만들고 중심을 잡은 뒤, 양쪽에서 밧줄을 묶어 번갈아 잡아당겼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거대한 석상이 뒤뚱거리며 앞으로 한 발씩 걸어 나가는 듯한 모습으로 전진했습니다. 원주민들의 전설은 허구가 아니라 밧줄과 도르래의 원리, 그리고 무게중심을 완벽하게 이용한 고대 공학적 기술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단어였던 셈입니다.
찬란한 문명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무분별한 삼림 벌채
석상의 이동 비밀이 풀림과 동시에, 이 위대한 문명이 왜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지에 대한 비극적인 기후 환경적 원인도 함께 드러났습니다. 고고학자들이 섬의 토양을 시추하여 고대 식물의 포자를 분석한 결과, 과거 이스터섬은 울창한 아열대 야자수 숲으로 가득 찬 풍요로운 섬이었습니다. 하지만 원주민들이 수백 년 동안 더 많은, 더 거대한 모아이 석상을 만들고 이를 이동시키기 위한 받침대와 밧줄을 제작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나무를 베어내기 시작하면서 재앙이 시작되었습니다. 결국 섬의 모든 나무가 사라지는 완벽한 삼림 황폐화가 발생했고, 숲이 사라지자 카누를 만들 나무가 없어 바다로 물고기를 잡으러 나갈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이스터섬의 비극이 현대 인류에게 주는 냉혹한 메시지
나무가 사라진 이스터섬의 토양은 거센 비바람에 씻겨 내려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척박한 땅으로 변했습니다. 식량 부족이 극에 달하자 평화로웠던 부족 사회는 생존을 위해 서로를 잔인하게 공격하는 유혈 내전 상태로 돌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이 그토록 신성시하며 지었던 모아이 석상들을 스스로 파괴하는 비극적인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이스터섬의 역사는 아무리 찬란한 기술과 예술을 가진 문명일지라도, 자신들이 살아가는 한정된 지구 생태계의 자원을 과도하게 탕진하면 어떻게 파멸에 이르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증거입니다. 자연과의 공존을 실패한 문명의 끝이 얼마나 허무한지 모아이 석상은 무언의 눈빛으로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