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남부의 황량한 나스카 사막 한가운데에는 하늘 높이 비행기를 타고 올라가야만 온전한 형태를 볼 수 있는 거대한 수수께끼가 존재합니다. 바로 땅 위에 그려진 수많은 기하학적 도형과 벌새, 원숭이, 고래 등 거대한 동물의 그림인 '나스카 라인(Nazca Lines)'입니다. 기원전 500년부터 서기 500년 사이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지상화들은 크기가 수백 미터에 달해, 현대식 항공 기술이나 인공위성 조망이 없던 고대에 어떻게 이토록 정교한 비율로 그려질 수 있었는지 오랜 세월 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외계인의 우주선 활주로설이나 초고대 문명의 흔적이라는 등 수많은 음모론이 생산되었으나, 현대 고고학자들과 수문학자들의 헌신적인 연구 덕분에 고대인들의 놀라운 기술과 생존을 위한 과학적 목적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사막의 환경을 이용한 정교한 지상화 조각 기법
많은 이들이 나스카 라인을 그리기 위해 거대한 석재를 배치했거나 땅을 깊게 팠을 것이라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밝혀낸 제작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면서도 지혜로웠습니다. 나스카 사막의 표면은 오랜 세월 동안 산화되어 검붉은 색을 띠는 작은 돌과 흙으로 덮여 있습니다. 고대 나스카인들은 이 검붉은 표면 자갈들을 양옆으로 걷어내기만 했습니다. 자갈을 걷어내자 그 아래에 숨겨져 있던 밝은 황백색의 점토층이 겉으로 드러나면서 뚜렷한 대비를 이루는 선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더욱이 이 지역은 비가 일 년에 몇 밀리미터도 내리지 않고 바람조차 거의 불지 않는 극단적인 건조 기후 지대입니다. 대자연이 제공한 천연의 보존 환경 덕분에 고대인들이 단순히 돌을 치워 만든 선들이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지워지지 않고 선명하게 남아있을 수 있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기술 없이 거대 그림을 그린 수학적 비결
비행기가 없던 고대인들이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완벽한 비율의 거대 그림을 어떻게 설계했는가에 대한 의문도 현대 고고학자들의 모의 실험을 통해 해결되었습니다. 고대 나스카인들은 밧줄과 나무 말뚝을 이용한 '축척 확대법'을 사용했습니다. 그들은 먼저 아주 작은 크기로 동물의 밑그림을 그린 뒤, 그림의 중심점에서 외곽선까지의 거리와 각도를 줄자로 재듯 밧줄로 정확하게 측정했습니다. 그 후 실제 사막 현장에서 말뚝을 박고 밧줄의 길이를 수십 배로 늘려가며 선을 연결하는 기하학적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헬리콥터나 항공 조망이 없어도 수학적 비례 원리만 이해한다면 지상에서도 얼마든지 오차 없이 거대한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음을 고대 공학 기술로 증명해 낸 셈입니다.
생존을 위한 간절함과 지하 수로 시스템의 상관관계
그렇다면 나스카인들은 왜 이 황량한 사막에 그토록 엄청난 노동력을 들여 거대한 그림을 그렸을까요? 수문학자들은 지상화들의 위치가 사막 지하에 흐르는 '지하 수로(Puquios)'의 경로 및 샘물이 솟아나는 발원지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나스카 사막은 물이 극도로 부족한 척박한 땅이었습니다. 고대인들은 정교한 지하 터널을 파서 안데스산맥에서 내려오는 지하수를 끌어다 농사를 지었습니다. 즉, 나스카 라인은 단순히 감상을 위한 예술 작품이 아니라, 생존에 가장 직결된 귀중한 수자원의 위치를 표시하는 거대한 지도였습니다. 동시에 하늘의 신에게 비를 내려달라고 간절히 기원하기 위한 종교적 제례 통로였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